DESIGN

☕️ 투썸플레이스가 '쫌' 욕먹은 이유

디플릭 Editorial

🗓️ 2026.06.15

디자인 의도와 고객 반응이 엇갈릴 때, 브랜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 A Twosome Place



👋 안녕하세요, 디플릭입니다.


지난 6월, 투썸플레이스가 새로운 코어 심볼을 공개했어요. 브랜드 측의 설명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영문 'T'와 한글 자음 'ㅆ', 'ㅁ'을 조합해 한국 전통 기와집 형태를 담아낸 유니크한 글로벌 심볼이라는 것이었죠. 의도는 분명했고, 디자인적 근거도 있었어요. 그런데 반응은 달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쏟아졌고, 대다수는 "쫌", "쏨", 혹은 한자 '巫(무당 무)'처럼 읽힌다는 반응이었어요. "떡을 파는 카페 같다"는 말도 나왔고요. 투썸플레이스가 의도한 '기와집'을 떠올린 사람보다, 엉뚱한 걸 읽어낸 사람이 훨씬 많았던 거죠.


논란이 거세지자 투썸플레이스는 6월 12일 공지를 냈어요. 해당 심볼은 기존 브랜드 로고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 매장 '투썸 2.0'에만 쓰이는 디자인 에셋이었다고요. 브랜드 전반에 확대 적용하거나 대표 로고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BI 소개 페이지에서 코어 심볼은 조용히 사라졌어요. 기존 블록 엠블럼이 다듬어진 형태로 그 자리를 채웠고요. 공식 발표는 '확대 적용 안 함'이었지만, 사실상 없던 일이 된 셈이죠.


이런 일, 투썸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도 수백억을 들인 리브랜딩이 고객 반응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험을 꽤 자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선택지는 딱 두 가지예요. 돌아가거나, 밀어붙이거나.


오늘은 그 두 갈래의 사례들을 같이 살펴보려 해요.



🔄 돌아온 브랜드들 — 고객 반발 앞에 원복을 택한 세 가지


① 트로피카나 (2009) — "더 세련되게"가 오히려 독이 됐다


©At First Blink


트로피카나는 2009년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 교체했어요. 수십 년간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오렌지에 빨대를 꽂은 이미지'를 걷어내고, 미니멀한 유리잔 이미지로 대체한 거예요. 더 세련되고 프리미엄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결과는 참혹했어요. 소비자들이 마트 매대에서 트로피카나 제품을 알아보지 못한 거예요. "내가 원래 사던 그 주스가 맞나?" 하는 혼란이 구매 이탈로 이어졌고, 불과 2개월 만에 매출이 20% 급락했습니다. 손실액은 약 3천만 달러. 디자인 비용으로만 3,500만 달러를 투입한 뒤의 일이었어요. 결국 트로피카나는 2개월 만에 원래 패키지로 되돌아갔습니다.


브랜드가 '구식'이라고 판단한 요소가, 소비자에게는 제품을 찾는 유일한 단서였던 거예요.



② GAP (2010) — 6일 만에 끝난 1억 달러짜리 실험


©Maily


2010년 GAP은 20년 넘게 유지해온 클래식 블루박스 로고를 헬베티카 폰트의 워드마크로 교체했어요.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쇄신하려는 전략이었죠.


반응은 24시간 안에 나타났습니다. 부정적인 댓글 2,000개 이상, 항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 5,000명, 패러디 로고 제작 사이트에는 14,000개의 조롱 디자인이 올라왔어요. 고객들은 새 로고를 "무개성하고 싸구려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GAP은 결국 6일 만에 원복을 선언했어요. 론칭 비용을 포함한 추산 손실액만 약 1억 달러였습니다.


GAP이 미처 몰랐던 건, 그 '구식 블루박스'가 고객들에게 20년치 감정적 자산이었다는 사실이에요.



③ 크래커 배럴 (2025) — 대통령까지 나선 일주일짜리 리브랜딩


©Cracker Barrel


2025년 8월, 미국의 국민 레스토랑 체인 크래커 배럴은 1977년부터 48년간 사용해온 'Old Timer' 캐릭터 로고를 텍스트 전용 미니멀 워드마크로 교체했어요. 젊은 세대와 연결하고, 더 현대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도였죠. 무려 7억 달러 규모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반발은 즉각적이었어요. 고객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영혼 없는 로고"라며 분노했고, 주가는 며칠 새 약 7% 하락해 시가총액 기준 약 1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원복을 촉구할 만큼 커졌어요.


크래커 배럴은 발표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성명과 함께, Old Timer는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 버텨낸 브랜드들 — 반발에도 밀어붙인 세 가지


① 인스타그램 (2016) — 욕은 먹었지만, 결국 익숙해졌다


©Instagram


2016년 인스타그램은 10년 가까이 사용해온 빈티지 카메라 아이콘을 그라데이션 추상 아이콘으로 바꿨어요. 반발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왜 멀쩡한 걸 바꾸냐",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소셜 미디어는 하루 종일 새 아이콘 조롱으로 가득 찼어요.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원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식되는 앱 아이콘 중 하나가 됐어요. 반발이 잦아든 이유는 디자인이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었어요. 서비스 자체가 계속 성장했고, 사용자들이 매일 앱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새 아이콘에 익숙해진 거예요. 플랫폼의 일상적인 접촉 빈도가 반발을 흡수한 셈이죠.



② Twitter → X (2023) — 브랜드를 버린 게 아니라, 갈아탄 것


©X


2023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지 1년도 안 돼 브랜드를 'X'로 전면 교체했어요. 파란 새 로고는 사라졌고, "tweet"이라는 동사도 공식적으로 퇴출됐습니다. 10년 넘게 문화어로 자리 잡은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지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했어요.


머스크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X는 단순한 SNS가 아니라 금융, 메시징, 커머스를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가겠다는 전략적 선언이었으니까요.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트위터'가 가진 자산의 88%가 소멸됐다는 분석도 나왔어요. 그러나 X는 여전히 존재하고, 서비스는 계속 운영 중입니다.


의도가 처음부터 디자인 변화가 아닌, 사업 모델의 전환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③ 재규어 (2024) — 기존 팬의 반발은 이미 예상한 손실이었다


©Jaguar


2024년 말, 재규어는 수십 년간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도약하는 재규어' 로고를 폐기하고 전혀 다른 아이덴티티를 선보였어요. 론칭 캠페인 영상에는 자동차가 단 한 대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화려한 패션 이미지와 "Copy Nothing"이라는 슬로건이 자리를 채웠죠.


반응은 즉각적인 조롱이었어요. 일론 머스크는 "당신들 차 파는 회사 맞나요?"라는 한 마디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독일 일간지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93%가 "재규어답지 않다"고 답했고, 소비자 호감도는 23%에서 15%로 급락했어요.


그럼에도 재규어는 원복하지 않았습니다. 이 리브랜딩은 처음부터 기존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전기차 시대에 완전히 다른 고객층, 즉 테슬라와 벤틀리 사이의 초럭셔리 E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이었어요. 기존 고객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손실로 감수한 것이었습니다.



💡 두 갈래를 가른 진짜 변수


ⓒAI Image


첫째, 타깃 고객이 바뀌었는가.

트로피카나, GAP, 크래커 배럴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이미지만 바꾸려 했어요. 반면 재규어와 X는 처음부터 기존 고객층을 떠나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기존 고객을 붙잡으면서 리브랜딩을 하려 한다면, 그 고객이 갖고 있는 정서적 자산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돼요.


둘째, 제품 또는 서비스 자체가 함께 바뀌었는가.

인스타그램은 아이콘만 바꾼 게 아니라 서비스 자체가 계속 진화했어요. 사용자들은 매일 새 아이콘을 보며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죠. 반면 트로피카나와 GAP은 제품과 서비스에는 변화 없이 시각적 이미지만 바꿨습니다. 포장만 바꾼 것을 소비자는 금방 알아채거든요.


셋째, 브랜드가 가진 '정서적 자산'의 크기.

48년 된 Old Timer 캐릭터, 20년 된 블루박스, 수십 년 된 오렌지 이미지. 오래될수록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돼요. 이걸 하루아침에 제거하는 건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암묵적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 그래서, 투썸의 선택은?


©A Twosome Place


결국 투썸플레이스는 사실상 원복을 택했어요. 공식 입장은 "애초에 로고 교체가 아니었다"였지만, BI 페이지에서 코어 심볼이 통째로 사라진 걸 보면 이야기는 꽤 명확하죠. 논란이 된 디자인은 앞으로 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게 있어요. 투썸의 선택이 GAP이나 크래커 배럴의 원복과 결이 조금 달랐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정면으로 인정했지만, 투썸은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프레임을 유지했거든요.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브랜드가 후퇴를 어떻게 서사화하느냐도 리브랜딩 못지않게 중요한 순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요.


반발이 왔을 때 중요한 건 반발의 크기가 아니라, 그 목소리가 누구에게서 오는가예요. 기존 핵심 고객이 "브랜드가 낯설어졌다"고 말한다면, 그 충돌이 전략적 선택이었는지 예상치 못한 오류였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죠.

리브랜딩을 앞두거나, 지금 그 결과를 평가하는 시점이라면 이 세 가지를 한 번쯤 자문해보세요.


우리가 바꾸려는 것이, 고객이 우리를 찾는 유일한 단서는 아닌가?
이번 리브랜딩의 타깃은 기존 고객인가, 새로운 고객인가?
반발하는 목소리가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고객의 목소리인가?


의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고객의 눈에 먼저 닿는 건 형태예요. 그리고 형태가 만드는 첫인상은, 설명서를 읽어야만 이해되는 순간 이미 실패에 가까워집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떤 디자인 결정 앞에 서 있다면, 그 의도가 설명 없이도 전달되고 있나요?




참고자료 / 출처

  • https://theladylearner.com/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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