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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연구원이 제안하는 화면 바깥에서의 휴식

디플릭 Editorial

🗓️ 2026.10.06

⏱️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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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Club


구글 UX 연구원 아이라 블로섬은 낮에는 Google에서 사람들이 디지털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연구하고, 퇴근 후에는 사람들이 화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종이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라 블로섬이 만든 신문의 이름은 Sunday Club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건·사고도 다루지 않습니다. 슬로건처럼 All Games. No News.를 지킵니다. 신문을 펼치면 뉴스 대신 십자말풀이와 스도쿠, 그림 퍼즐이 등장합니다.

처음부터 큰 사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5년에는 다섯 호를 받아보는 구독권을 29.95달러에 판매했는데, 출시 후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블로섬의 설명에 따르면 출시 후 주문이 몰리면서 아내까지 집에서 신문을 접는 작업을 도왔고, 그렇게 처리한 신문은 5만 부에 달했습니다.

사람들이 기다린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새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뉴스가 없는 신문, Sunday Club

Sunday Club은 게임과 퍼즐만 싣는 종이신문입니다. 2025년 6월 정식 출시됐으며, 우편으로 구독하거나 낱권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한국은 아직 정기 구독 미지원). 현재 낱권은 7.99달러입니다. 2026년 구독은 매달 한 호씩 보내며, 세 달치 스탠더드 구독은 24.95달러, 연간 12호 구독은 94.95달러입니다. 뉴욕에서는 일요일마다 운영되는 실제 가판대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창립자 아이라 블로섬은 2026년 9월 기준 Google에서 UX 리서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약 12년 동안 사람들이 기술과 관계 맺는 방식을 연구해왔으며, Sunday Club은 본업과 별도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전체 유료 구독자 수와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창업자가 언급한 5만 부는 구독자 수나 주문 건수가 아니라, 주문을 처리하며 집에서 직접 접었다고 설명한 신문 부수입니다. 국내 독자에게도 생소한 신생 브랜드이지만, Design Observer와 Business Insider, CNN, Rolling Stone 등에 소개되며 디자인과 퍼즐을 좋아하는 독자를 중심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신문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사용하지만, 전통적인 신문과 역할은 다릅니다. 세상에서 일어난 일을 빠르게 전하는 대신,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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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day Club

🔥 시작은 아이패드 속 십자말풀이였습니다

아이디어는 2022년 겨울의 한 스키 여행에서 시작됐습니다.

블로섬은 숙소의 벽난로 앞에서 아이패드로 십자말풀이를 풀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문제를 함께 풀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조용히 푸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십자말풀이가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의 대화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모두의 시선은 서로가 아니라 작은 화면에 고정돼 있었습니다.

블로섬은 같은 퍼즐이 커다란 종이 위에 펼쳐져 있다면 이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면 앞으로 모이는 대신 종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손으로 가리키고, 답을 적고, 연필을 건네는 행동도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퍼즐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퍼즐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약 3년 동안 신문의 형식과 브랜드를 다듬었습니다. Google에서 사용자와 기술의 관계를 연구하며 반복해서 접한 반응도 제품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디지털 제품으로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싶어 했습니다. 동시에 그 일이 끝나면 화면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블로섬은 이를 정식으로 발표된 Google 연구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현장에서 반복해서 접한 사용자 신호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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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day Club

✏️ 신문을 펼치면 무엇이 나올까

현재 판매되는 한 호는 전통적인 신문 용지에 인쇄된 12페이지 분량입니다. 한 호에 15개 이상의 퍼즐과 게임이 실립니다.

십자말풀이와 미니 십자말풀이, 스도쿠, 단어 찾기, 틀린 그림 찾기처럼 익숙한 게임부터 두 글자를 한 칸에 넣는 변형 십자말풀이까지 구성이 다양합니다. 여러 페이지에 흩어진 단서를 모아 마지막 답을 찾는 메타 퍼즐*과 짧은 만화도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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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십자말풀이와 단어를 격자에 맞추는 Word Fit이 실린 파일럿호 내지. © Sunday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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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와 단어 게임, 스도쿠, 그림으로 답을 찾는 픽토그램이 실린 파일럿호 내지. © Sunday Club

각 호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제작합니다. 분기마다 새로운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고, 외부 퍼즐 제작자에게 새로운 게임을 제안받습니다. 신문이 작가와 퍼즐 제작자의 작업을 소개하는 작은 플랫폼 역할도 맡습니다.

최종 결과물에는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기여자의 계약에 포함합니다. 블로섬은 AI 자체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다만 독자가 돈을 내고 받아보는 그림과 퍼즐의 중심에는 사람의 작업을 두겠다는 입장입니다.

Sunday Club에는 속보도, 추천 콘텐츠도 없습니다. 알림이 도착하지 않고 다음 게시물이 자동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마지막 문제를 풀고 신문을 접으면 경험도 함께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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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말풀이와 단어 퍼즐 등이 배치된 Sunday Club의 실제 내지. © Sunday Club

📱 디지털을 싫어해서 만든 신문은 아닙니다

Sunday Club은 종이신문이지만 디지털 기술 없이 운영되는 제품은 아닙니다.

독자는 홈페이지에서 신문을 주문하고 구독을 관리합니다. 메타 퍼즐의 답을 온라인으로 제출해 순위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웹사이트에서 추가 퍼즐을 풀고, 신문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차이는 디지털 기능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어느 매체에 맡겼는가에 있습니다.

구매와 배송, 정답 제출처럼 빠른 연결이 필요한 일은 웹에서 처리합니다. 천천히 문제를 읽고 연필로 답을 적으며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은 종이에 남겼습니다.

블로섬은 디지털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자신 역시 디지털 기술이 없었다면 Sunday Club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가 원한 것은 단절이 아니라 균형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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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일요일마다 운영되는 Sunday Club 가판대. © Sunday Club


⏳ 화면에서 떠나는 순간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많은 디지털 제품은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물고 더 자주 돌아오도록 발전해왔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고, 읽을거리가 끝나기 전에 다음 화면을 보여줍니다.

사용자는 원하는 일을 마쳤는데도 화면을 닫을 시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쉬기 위해 연 앱에서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고, 잠깐의 휴식이 예상보다 길어지기도 합니다.

Sunday Club은 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한 호에 담긴 콘텐츠의 양이 정해져 있고, 마지막 페이지도 분명합니다. 연필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시작해도 놓치는 정보가 없습니다.

Sunday Club이 덜어낸 것은 기능만이 아닙니다. 계속 머물러야 할 것 같은 감각까지 함께 덜어냈습니다.

이 사례가 종이가 디지털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Sunday Club이 디지털 피로를 실제로 줄였다는 독립적인 연구도 아직 없습니다. 초기 주문과 5만 부에 관한 내용 역시 창업자 인터뷰에 나온 설명이며, 공개된 판매자료로 검증된 수치는 아닙니다.

다만 이 작은 신문은 제품의 완성도를 체류시간과 재방문율로만 판단해왔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좋은 경험은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일을 마친 사람이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설계의 일부입니다. 제품이 무엇을 더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만큼, 어디에서 충분하다고 말할지 정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D.Flick Perspective

D.Flick Note

Sunday Club이 흥미로운 이유는 종이를 선택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화면에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뿐 아니라, 언제 화면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까지 관찰했기 때문입니다. 구매와 연결에는 디지털을 사용하고, 집중과 대화에는 종이를 남겨두었습니다. 오래 머무는 것만이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필요할 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References

  • 메타 퍼즐: 여러 퍼즐에서 얻은 답이나 단서를 다시 조합해 하나의 최종 답을 찾는 퍼즐 형식입니다.
  • 자료의 한계: 초기 주문과 5만 부는 창업자 인터뷰에 나온 설명이며, 공개된 판매자료로 검증된 수치는 아닙니다. Sunday Club이 디지털 피로를 줄인다는 독립적 연구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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